사)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광주광역시협회

눈을 감고 소리에 의지해 영화를 보면 어떨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적막함 속에 영상만 시청하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누구나 불편하고 답답할 것이란 생각이 쉽게 들 것이다.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 상영이 예정된 23일 오후 2시 충장로 메가박스 영화관 매표소.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로 지정된 '1987'의 상영시간이 다가오자 장애인들이 하나둘씩 매표소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어 자막을 넣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사람이 함께 즐길수 있는 영화를 말한다.

이날 배리어프리 영화 감상 행사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시각·청각 장애인 120여명이 참가했다.

영화시간에 맞춰 장애인들이 상영관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옆사람에게 의지해 어렵게 영화관 좌석에 앉았다.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 시·청각 장애인들의 착석이 완료되자 곧이어 영화가 시작됐다.

기존의 영화와 배리어프리영화 와의 차이점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하는 화면해설과 함께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음악, 효과음 장면 설명 등이 자막에 쓰여진다는 점이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음악이 나올땐 '긴장되고 웅장한 음악'이란 자막이,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에선 '가쁜 숨소리'라는 소리 묘사까지 자막으로 찍힌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해설을 맡은 성우는 명료한 목소리로 장면에 대한 해설을 이어갔다.

'벽에 걸린 시계가 7시 45분을 가르키고 있다', '등장인물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쇼파에 기대 넥타이를 쓸어 내린다' 등 배우들이 놓인 상황과 배경이 촘촘하게 묘사됐다.

자막과 해설 덕분에 영화의 몰입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됐다.

영화에 몰입한 장애인들은 영화속 주인공들이 겪는 위기의 순간에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온 시·청각 장애인들은 입을 모아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중문화 중 가장 쉽게 접할수 있는 '영화'지만 평소 이같은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게 그 이유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을 잃은 기원삼씨(48·청각장애 2급)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은 사실상 외국영화만 관람한다"며 "그마저도 자막으로 대사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은섭씨(56·청각장애2급)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간간히 상영되긴 하지만 영화가 제한적이고 영화관 시간 또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 아쉽다"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제작사, 배급사, 한국농아인협회 등이 음성해설과 자막 등을 제작, 제공하는 영화에 한정돼 상영되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또 한달에 3회 한국농아인협회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관람을 마련했지만 대형 영화관을 중심으로 상영되다 보니 도서지역에 사는 장애인들의 경우엔 이것마저 누릴 수 없는 형편이다.

장애인들은 자막, 소리 를 제공해주는 배리어 프리 영화의 보급율을 높임과 동시에 외국처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음성해설 자막 등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영화에 자막을 포함시키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 장애인들의 문화생활 참여 기회를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 김갑주 회장(59)은 "배리어프리 영화 등의 보급을 늘려 장애인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볼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